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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일상생활♥

구제역 살처분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전국이 온통 구제역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먼저 구제역 방제를 위하여 일선에서 노력하고 계시는 동료, 선후배 수의사 선생님들과 공무원 및

많은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다.


 구제역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작년 말 구제역을 국가재난으로 선포하고 백신정책을 시행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의 발생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두 달여 만에 살처분 된 가축들이 200만 마리를 넘어 섰습니다.


“잔인하게 왜 전부 죽이는가?”

“식용으로 쓰면 않되는가?”


 정말 하루에도 수도 없이 듣는 질문들입니다. 사실 살처분된 200만 마리의 가축중에 실제로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은 10%도 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구제역 바이러스는 매개물이 없이 공기를 통해서도 전파가 가능하고, 육지에서는 50km, 바다에서는 250km까지 전파 될 수 있습니다. 당장 위험지역(반경 3km)의 소, 돼지들을 살처분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모든 농가가 구제역으로 덮여 버릴수 있습니다. 그만큼 전파가 쉽고  빠른 병입니다.

 그래서 광범위한 살처분이 필요한 것입니다. 위험지역내의 가축들을 식용으로 쓰기 위해 도축장으로 간다는 것, 즉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병원균을 가지고 이동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도축장은 축산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또 이동과정 중에도 가축들은 끊임없이 바이러스를 뱉어내기 때문에 구제역은 삽시간에 확산 되어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염이 되지 않은 가축 및 주변 지역의 가축까지도 살처분을 하는 것입니다.


 구제역은 또한 가축에게도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성우나 성돈의 경우 치사율은 높지 않지만 입주위의 수포 등으로 사료를 잘 먹으려 하지 않는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비육이 어렵게 됩니다. 자축, 특히 자돈에게는 폐사율이 50%에 달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보통 돼지의 경우 임신기간이 114일, 포유, 공태기를 제외하면 일년에 임신을 약 2.0-2.4회 정도하고 한번에 낳는 자돈의 수는 10-14마리  정도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모돈 한 마리가 일년에 24마리의 자돈을 출산한다면 그중 12마리는 폐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축산농가에 미치는 손실뿐만 아니라, 축산품의 가격 상승 등 우리의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무역관계에서도 발생합니다. 몇일전 MBC 100분 토론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가, 연간 약20여억원 어치의 축산물을 수출하는데, 이때 필요한 청정국 지위를 위해서 몇천억원을 들여 살처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식의 의견을 표명 했습니다. 그러나 이원복 대표의 단순한 숫자 비교로는 예방적 살처분의 목적을 이해 할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청정국의 지위를 지키는 것은 타 국가, 특히 구제역 상재국과 합리적인 무역관계를 유지 할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구제역 방제 실패로 구제역 상재국이 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구제역 상재국이 된다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구제역 상재국이 우리에게 축산물에 관한 시장 개방을 요구할 때, 이를 거부 할 정당성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식탁을 각종 질병의 위험에 노출 되어 있는 수입산 축산물로부터 지킬수 없게  됩니다. 구제역 뿐만 아니라 질병 및 오염이 있거나 예상 되는 축산물의 수입을 금지 할수 있는 타당한 이유를 잃게 됩니다. 

 얼마전 독일에서 발생한 다이옥신 오염 사료 문제가 발생 하였을 경우 우리나라가 독일산 닭과 돼지를 추가적인 무역마찰 없이 수입금지 시킬수 있었던 이유도 자국의 축산 질병에 대해서 엄격하게 대처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되 있는 문제입니다.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면,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가축까지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이유는

첫째,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축산업을 지속 시키기 위함입니다.

둘째,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저 역시도 수의사로 살면서, 항상 아픈 동물을 치료하고 고치는 방법만 배웠습니다. 누구 못지않게 정신적 충격이 크고 힘든 사람이 수의사들입니다. 따라서 수의사들 역시 예방적 살처분은 ‘잔인하다’ 는 생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축사에서 사육되는 소, 돼지들을 산업 동물입니다. 축사의 동물사육 자체 역시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잔인한 일입니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 우리는 감정적인 문제에 우선하여 사람을 우선 순위에 두고 행동 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안정적인 가격으로 육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축사 사육이 필요하며 위생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는 일단 대상 산업동물과 전염이 예상되는 산업동물까지 모두 폐기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매몰방식의 문제점과 초기 방재 시스템은 개선 되어야 하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축산과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매몰식의 예방적 살처분이 최선의 방책으로 보입니다.